위대한 교사 앞에서 학생들의 마음은 쉽게 움직인다. 그들은 학생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것을 끄집어낸다. 그 힘의 근원을 설명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수전략, 교육목표, 굳건한 교육철학 등을 언급하겠지만, 그 힘의 실체는 보다 깊은 데 있다. 위대한 교사는 그의 '감성'을 통해 가르침을 행사한다.
교사가 어떤 수업을 하려고 할 때 –교수학습 전략을 만들어내든 아니면 교수학습 전략을 함께 수행할 모둠을 꾸리든 간에 -그것의 성공 여부는 그들이 수업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교사들이 다른 모든 것을 제대로 수행한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감성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외면한다면 그들은 훌륭한 수업과 그 가능성은 고사하고 그 어떤 교육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교사의 기분과 교사가 다른 학생들의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교실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교사들이 알고는 있지만 그러한 감정이 너무 개인적인 것이라거나 수량화하여 따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감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덕분에 교사의 감정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방법과, 뛰어난 교사가 자신과 다른 학생들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이해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사용한 효과적인 방법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학교에서 감정이 발휘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이해한다면 교수 학습활동과 같이 눈에 보이는 부분뿐만 아니라 높은 도덕 의식과 동기, 자신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도 훌륭한 교사의 덕목이 무엇인지 쉽게 간파할 수 있다.
교사는 모든 학생들의 감성을 좌우할 수 있는 최상의 힘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존재다. 학생들의 감성을 열정의 바다로 이끌어갈 수 있는 교사라면 최상의 학업 성취도를 얻을 수 있지만 학생들의 감성을 혐오와 배척, 불안과 무기력의 상태로 끌고 간다면 엉뚱한 결과를 자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바로 위대한 교사가 갖추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 있다.
훌륭한 교사가 발휘하는 탁월한 가르침의 영향력은 단순히 일이 잘 되리라는 확신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학생들은 그들의 교사에게서 감성의 차원에서 그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 즉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모든 가르침에는 많건 적건 어느 정도씩은 이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게 마련이다.
현재 수업 중인 교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교실의 교사가 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감정을 결정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들보다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교사의 말에 더욱 귀 기울인다. 대개의 경우 특정 주제에 대해 제일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도 교사다. 그리고 학생들은 다른 누구의 말보다 그들의 교사가 한 말을 기준으로 하여 사고하고 이야기한다. 교사가 사물을 보는 방식에도 각별한 무게가 실리기 때문에 교사는 교실 내 학습자들이 주어진 상황을 제대로 해석하고 그것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해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다듬어 표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감정에 미치는 교사의 영향력은 그가 말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교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해도 학생들은 그를 눈여겨보고 있다. 교실 전체를 향해 어떤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에도 그들은 오로지 교사의 입만 주시한다. 실제로 학생들은 교사의 정서적 반응을 교실의 문제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변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각 학습자들이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난감한 상황에서는 교사의 반응을 곧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교사가 감정의 기준을 설정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교사의 감정 상태를 쉽게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 제스처 등에 그들의 감정이 아주 잘 실려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학급 내부에 그의 감정이 퍼지는 강도도 커진다. 물론 그와 같은 감정의 전달을 억지로 꾸며서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므로 제아무리 미묘한 감정의 표현일지라도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사가 열린 사람일수록 자신의 열의를 잘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학생들이 그의 열정에 감염될 여지는 커진다. 그러한 재능을 갖춘 교사에게는 감성적으로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끌리게 마련이다.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싶어하는 교사는 바로 학생들 사이에 즐거운 기분을 자아내는 교사이다.
교사가 학생들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그의 감성지능이 중요하다. 공감은 감성지능이 높은 교사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교사의열정과 활력은 학급 전체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물론교사는 때에 따라 그가 이끄는 학생들의 감정의 파장에 동조하면서 다소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학생이 분노하거나 혹은 우울해하는 일이 생길 때 감성지능이 높은 교사는 학생들의 감정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집단을 대신해 그 감정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학생들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아는 교사의 감성 능력은 그가 이끄는 학급 내에 열정과 함께 일체감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감성지능이 높은 교사의 공감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이해받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감성지능이 높은 교사의 지휘 아래서 학생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들은 생각을 나누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결정을 내리고 과제를 처리한다. 그들이 맺은 정서적 유대감은 제아무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사실은 정서적 차원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될 때 그들의 과제는 더욱더 의미 있는 것이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과제를 제대로 처리했을 때의 흥분된 마음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과제를 함께 협력하여 이루어내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게 된다. 이와 같은 유대감을 불러일으킬 줄 아는 사람이 바로 감성지능이 높은 교사인 것이다.
감성은 흔히 이성과는 구분되는 것으로 감정이나 정서(emotion)로도 통용된다. 하지만 각 단어들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먼저 감정(感情)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라 정의한다. 즉 인간의 오감으로 느껴지는 좋음과 싫음, 슬픔과 기쁨, 즐거움이나 분노 등과 같은 다양한 심리상태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정서(情緖)는 ‘학생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또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라 정의하며 마지막으로 감성(感性)은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로 철학적인 개념으로는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의미한다
즉 감성은 어떤 상황에서의 역동성의 근원이며 감정과 감정들 사이에서 그것들의 경험의 축적을 통해 형성되고 이런 과정에서 감성은 축적된 경험에 대한 이성적 통찰을 포함한 주체의 마음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 이미 어느 정도의 감정이입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은 완전히 후천적인 것일까? 둘 다 맞는 말이다. 분명히 감성지능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후천적 요인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비록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처음의 출발이야 어떻든 간에 누구나 그 능력을 향상시키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가르침의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가르침의 훈련을 하고자 하는 동기와 어떤 생각을 갖고 그것을 배우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배우고 싶어하는 것만을 배우기 때문이다. 배움이 강요된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일시적으로 그 배움을 완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곧 잊혀지고 말 것이다.